오랜만에
연필을 깎으며
행복했다풋과일처럼
설익은 나이에
수녀원에 와서
채 익기도 전에
깎을 것은 많아
힘이 들었지
당신이 있는곳에서,
당신이 가진것을 가지고,
당신이 할수 있는것을 하여라
From where you are,
with what you have,
do what you can.あなたがいる場所で、
あなたが持っているもので、
あなたができることをしなさい。
24년8월21일
Miracle Morning #914
Spring Breeze #580
미라클모닝 #24941
행복한 아침 요한(양진석) 입니다.
연필을 깍으며
– 이해인
오랜만에
연필을 깎으며
행복했다
풋과일처럼
설익은 나이에
수녀원에 와서
채 익기도 전에
깎을 것은 많아
힘이 들었지
이기심
자존심
욕심
너무 억지로 깎으려다
때로는
내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
대책 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다는 깎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대로
청빈하다고
자유롭다고
여유를 지니며
곧잘 웃는다
나의 남은 날들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세월의 칼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한 오늘
나 스스로 한 자루의 연필로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깎이면서 사는 지금
나는 웬일인지
쓸쓸해도 즐겁다
오늘도 조금씩 나를 깍으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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